비디디 "돌아가면 T1 안 고를 것…표식, 내가 원하던 정글"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입력 2024-01-10 07:00   수정 2024-01-10 07:04

KT 롤스터 '비디디' 곽보성 인터뷰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팬들에게 '페쵸쇼비'라는 단어는 익숙하다. LCK를 대표하는 4대 미드를 통칭하여 부르는 말로 T1 '페이커' 이상혁, 젠지 e스포츠 '쵸비' 정지훈, 디플러스 기아 '쇼메이커' 허수, KT 롤스터 '비디디' 곽보성이 그 주인공이다. 네 명의 선수는 모두 경력이 5년 이상인 베테랑이다. 하지만 여전히 LCK 플레이오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등에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빼어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페쵸쇼비'에서 '비'를 맡고 있는 곽보성은 관계자와 팬들 사이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로 꼽힌다. 선수 본인도 2023 롤드컵 8강 티저 영상에서 "(나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라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뛰어난 실력을 지났음에도 몇 년째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 마지막 우승은 2018년, 마지막 결승전은 2021년이었다.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곽보성은 "LCK 우승을 못한지 오래됐다"라며 이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은퇴하기 전 꼭 스킨을 남기고 싶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는 롤드컵 우승 팀 선수들에게 원하는 챔피언의 스킨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곽보성은 인터뷰를 통해 2023년의 후회를 털어놨다. 그는 "2023년 플레이오프와 롤드컵 같은 큰 무대가 아쉬웠다"라며 "(서머 플레이오프로) 다시 돌아간다면 (상대 팀으로) T1을 고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곽보성은 2024년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그는 "새로운 팀원들과 호흡을 빠르게 맞춰가고 있다"라며 "꼭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그는 "정글러 '표식' 홍창현이 제가 원하던 공격적인 스타일"이라며 미드-정글의 호흡을 강조했다.



먼저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23 시즌을 보낸 소감 부탁한다.

되게 행복한 한 해를 보냈던 거 같다. 마무리가 당연히 아쉬웠지만 그래도 얻어 가는 게 많았던 한 해였다. (올해 경험이) 내년 시즌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만족했던 한 해다.

만족스러운 한 해라고 평가했는데. 그렇다면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자면 언제인가?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1등을 했을 때가 가장 기뻤다.

이야기했던 대로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정규리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단 1패만을 허용할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좋은 분위기도 있었고 일단 저는 마음이 맞는 게 가장 컸다. (선수들끼리) 서로 어떤 플레이를 할지 알고 어떤 걸 싫어하는지도 알고. 그런 부분을 각자 알기 때문에 따로 얘기할 부분 줄어들고 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분위기 자체가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선수들이 모두 좋은 성격과 나이대가 비슷해서 잘 맞았다. 다들 낯을 가렸는데 '리헨즈' 손시우 선수가 되게 친화력이 좋았다. 그 형부터 시작해서 (팀 분위기가) 많이 풀렸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일단 플레이오프다, 저희가 항상 마무리가 아쉬웠다. 그리고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8강전도 되게 이길만하다고 생각해서 아까운 것 같다. 올 한 해 중요한 무대들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게) 아쉽다.

큰 기대를 받고 진출한 서머 플레이오프에서 T1에게 패했다. 정규리그 잘했던 만큼 아쉬움이 컸을 것 같은데 패배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일단 큰 무대라 그런지 하던 플레이가 안 나온 게 큰 것 같다. 뭔가 밴픽적으로도 항상 준비를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아무래도 상대가 좀 밴픽적으로 잘 나왔을 때 조금 꼬였던 것 같다. 결국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

조금 아픈 질문일 수 있다. 다시 서머 플레이오프 상대팀 선택 전으로 돌아가도 T1을 고를 것인지 궁금하다. (정규리그 1위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 상대팀 선택권을 가졌던 KT는 한화생명e스포츠가 아닌 T1을 선택해 접전 끝에 패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선택 안 할 거다. (웃음) 당시 T1과 한화생명 상대로 모두 자신 있었는데 되게 뭔가 오만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다시 돌아간다면 (T1을) 고르지 않을 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리그오브레전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경기들을 보면서 프로게이머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일단 결승전 경기를 봤었다. e스포츠 자체가 인식이 안 좋을 때부터 프로게이머를 준비했었는데 이렇게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되고 위상이 높아지는 게 신기했다. 또 경기를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롤드컵에서 어려운 대진을 뚫고 8강에 도달했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중국리그 LPL의 징동 게이밍을 상대로 첫 세트를 따냈지만 3세트를 연속으로 내줬다. 당시 어떤 부분에서 부족했다고 느끼나?

뭔가 플레이가 안 좋았다. 밴픽도 끝나고 질 때마다 수정을 잘했는데 게임 내부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경기 내용을 보면 되게 유리했는데 실수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

패배 후 선수들은 물론 강동훈 감독도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궁금하다.

그 경기가 (한 해의) 마지막 경기였다. 저 말고는 다들 계약기간이 1년인 선수들이었다. 마지막 경기 치르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 나누고 다들 각자 하고 싶은 말 하면서 마무리했었다. "다들 고생 많았다" 이런 이야기들 오갔던 것 같다.

강동훈 감독이 2023 LCK 어워드에서 최고의 코치 상을 받았다. 선수로서 강동훈 감독은 어떤 감독인지 말해달라.

예전에도 함께 했던 감독님이 상을 받아서 뭔가 뿌듯하기도 했다. 음... 감독님은 선수를 먼저 신경 써주시는 게 느껴지고 열정적이시다. 그런 부분이 (선수로서) 되게 도움이 많이 된다. 예를 들면 기분이 안 좋다든지 이런 것들을 되게 잘 캐치해 주셔서 도움이 됐다. 특히 제가 연습할 때 뭐 맘에 안 들거나 하면은 표정에서 티가 나는 편인데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주시더라. 개인적으로 속에 있는 걸 해소하는 게 중요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을 항상 잘 풀어주셨던 것 같다.



내년 이야기를 해보자. 스토브리그에서 데프트, 표식, 베릴 선수가 새로 합류했다. 선수들이 모두 비디디 선수가 있어서 믿고 왔다는 인터뷰를 많이 했다. 본인의 어떤 점이 선수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하나?

일단 월즈(롤드컵)만 봐도 미드가 생각보다 고정적이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 사이에서) 가는 사람들만 진출하고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또 (LCK에서) 상대팀으로 만나보니 까다롭다고 생각한 것 같다. (선수들의 그런 좋은 평가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선수들과 처음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일단 혁규형('데프트' 김혁규)과는 원래도 형, 동생 하는 사이였다. 아예 친분이 없지 않아서 편했던 것 같다. 다른 선수들은 아예 친분이 없어서 어색한 느낌이 좀 있었다. 그렇지만 다들 선수 생활을 오래한 베테랑들이다 보니 어색함 속에 편안함이 있었다. 아무래도 익숙한 얼굴들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콜업된 '퍼펙트' 이승민 선수에 대한 비디디 선수의 평가가 궁금하다.

승민이(퍼펙트)가 낯을 많이 가려서 대화를 많이 못 나눴다. 일단 옆에 있는 다른 선수들부터 친해지고 해결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승민이가) 과묵하지만 친해지면 말이 많을 것 같다. 엄청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게임 내적으로도 라인전을 잘하고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잘하는 선수 같다. 단점이 크게 없는 육각형에 가까운 선수라고 생각한다.

연습 경기에서 팀합은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특히 미드라이너로서 정글러인 '표식' 홍창현과의 합은 어떤가?

지금 뭔가 바뀐 맵을 플레이한지 얼마 안돼서 (뭐라고 말하기가) 되게 어렵다. 그래도 경험상 처음 다른 팀원들과 했을 때보다 더 빨리 호흡 잘 맞고 있는 것 같다. 일단 홍창현 선수가 성격도 되게 좋다고 생각한다. 또 제가 원하던 공격적인 정글러에 적합한 스타일이라고 느꼈다.

클러치 플레이가 강점으로 꼽힌다. "비디디 해줘" 등의 밈이 있을 정도인데 본인만의 각이나 비법이 있을까?

아무래도 경력도 경력인 거 같은데 (웃음) 게임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라인이 들어올 때 받아먹을 것인지 아니면 한 턴 접고 몰래 숨어서 노릴 것인지 그런 것들을 잘 선택해야 한다. 상대팀 별로 (그런 패턴을) 분석하면서 각을 보는 게 (클러치 플레이를) 잘할 수 있었던 이유 같다.

비디디 선수의 명품 아지르는 특히 많은 주목을 받는다. 아지르를 잘 다루는 자시만의 방법이 있다면 팬분들께 소개 부탁드린다.

일단 많이 해야한다. (웃음) 뭔가 각이 보일 때 망설이지 말고 바로 하는 게 좋다. 그때가 제일 타이밍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고민하면 늦기 때문에 (각이 보이는 상황에서) 바로 했을때 타율 이 높은 것 같다.



2024 시즌을 앞두고 대격변 패치가 예고돼있다. 이번 패치에 대한 해석이 궁금한데

일단 미드와 탑 라인에서 라인전이 중요해진 거 같다. 맵이 좀 크게 바뀌면서 갱 위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오브젝트도 경기 시간 5분경에 나오는 '공허 유충'들도 효과가 커서 초반 라인전이 중요해진 것 같다. 초반 해석은 이런 데 시간 지나면서 바뀔 수도 있긴 하다. 챔피언이 버프 되거나 너프 된 건 아닌데 맵이 바뀌면서 티어가 좀 바뀔 것 같다. 다만 (KT 롤스터) 팀원들이 전부 다 라인전을 잘 하니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목표는 어디까지 오르고 싶나? 또 가장 경계되는 팀을 꼽자면 어디인가?

일단 3위권 안에는 무조건 들고 싶다. 올해 롤드컵 경기를 치르면서 롤드컵이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롤드컵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올 한 해 목표로 잡고 있다. T1은 당연히 경계된다. 우승 멤버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젠지 e스포츠와 한화생명e스포츠가 멤버가 되게 좋은 거 같아서 두 팀도 경계 대상이다. 디플러스 기아도 쉽진 않을 것 같다. 대회 구도가 올해랑 비슷하게 흘러갈 거 같다고 생각한다. 상위권과 하위권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거다.

'롤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베릴' 조건희 선수와 이번 시즌 함께 하게 됐다. 같은 팀원으로서 어떤 점이 강점이라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건희형(베릴)이 롤에 엄청 진심이라 영상을 엄청 많이 본다. 신챔프 흐웨이도 나왔는데 (그런 것들도) 분석해서 정보를 던져주는 게 큰 거 같다. 게임 내적으로도 운영 면에서 되게 많이 배우고 있어다. 원래도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 잘하는 거 같다.

앞으로 프로게이머로서 최종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

무조건 은퇴하기 전에 스킨 하나는 남기고 싶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는 자신만의 스킨을 만들 수 있다) 또 LCK 우승도 못한지 오래돼서 꼭 하고 싶다. 우승이 항상 목표다. 계속 우승해서 마지막까지도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다.

T1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롤모델로 꼽았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롤 대회 입문은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로 했다. 그 뒤에 미드 라이너로 포지션 변경을 하고 나서는 이상혁 선수 영상을 많이 봤다. 유명한 제드 대 제드 같은 영상 속 플레이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아 이렇게도 할 수 있네" 하면서 번뜩이는 순간도 있었다. 누가 봐도 멋있는 선수니까 그런 부분에 자극을 받아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주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린다.

올 한 해 동안 응원 많이 해주셨는데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 그래도 올해 되게 전 멤버들이랑 즐겁게 했었는데 팬분들도 그 시간이 즐거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내년에도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꼭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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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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